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유선애상

정지용1902–1950

생김생김이 피아노보담 낫다. 얼마나 뛰어난 연미복(燕尾服)맵시냐. 산뜻한 이신사(紳士)를 아스팔트우로 꼰돌라인듯 몰고들 다니길래 하도 딱하길래 하로 청해왔다. 손에 맞는 품이 길이 아조 들었다. 열고보니 허술히도 반음(半音)키 ― 가 하나 남었더라. 줄창 연습(練習)을 시켜도 이건 철로판에서 밴 소리로구나. 무대(舞臺)로 내보낼 생각을 아예 아니했다. 애초 달랑거리는 버릇 때문에 궂인날 막잡어부렸다. 함초롬 젖여 새초롬하기는새레 회회 떨어 다듬고 나선다. 대체 슬퍼하는 때는 언제길래 아장아장 팩팩거리기가 위주냐. 허리가 모조리 가느래지도록 슬픈 행렬(行列)에 끼여 아조 쳔연스레 굴든게 옆으로 솔쳐나자 ─ 춘천삼백리(春川三百里) 벼루ㅅ길을 냅다 뽑는데 그런 상장(喪章)을 두른 표정(表情)은 그만하겠다고 꽥 ─ 꽥 ─ 몇킬로 휘달리고나서 거북 처럼 흥분(興奮)한다. 징징거리는 신경(神經)방석우에 소스듬 이대로 견딀 밖에. 쌍쌍이 날러오는 풍경(風景)들을 뺨으로 헤치며 내처 살폿 엉긴 꿈을 깨여 진저리를 쳤다. 어늬 화원(花園)으로 꾀여내어 바눌로 찔렀더니만 그만 호접(蝴蝶) 같이 죽드라.

생김새가 피아노보다 낫다는 '유선'. 자동차 경적을 슬픈 악기처럼 그린 모더니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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