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춘설

정지용1902–1950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승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문을 여니 먼 산이 이마에 차갑게 와 닿는 봄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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