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
소개(疏開)터 눈 우에도 춥지 않은 바람 클라리오넽이 울고 북이 울고 천막이 후두둑거리고 기(旗)가 날고 야릇이도 설고 흥청스러운 밤 말이 달리다 불테를 뚫고 넘고 말 우에 기집아이 뒤집고 물개 나팔 불고 그네 뛰는게 아니라 까아만 공중(空中) 눈부신 땅재주! 감람(甘藍) 포기처럼 싱싱한 기집아이의 다리를 보았다 역기선수(力技選手) 팔장 낀채 외발 자전거(自轉車) 타고 탈의실(脫衣室)에서 애기가 울었다 초록(草綠) 리본 단발(斷髮)머리 째리가 드나들었다 원숭이 담배에 성냥을 키고 방한모(防寒帽) 밑 외투(外套) 안에서 나는 사십년전(四十年前) 처량(悽凉)한 아이가 되어 내 열살보담 어른인 열여섯 살 난 딸 옆에 섰다 열길 솟대가 기집아이 발바닥 우에 돈다 솟대 꼭두에 사내 어린 아이가 가꾸로 섰다 가꾸로 선 아이 발 우에 접시가 돈다 솟대가 주춤 한다 접시가 뛴다 아슬 아슬 클라리오넽이 울고 북이 울고 가죽 쟘바 입은 단장(團長)이 이욧! 이욧! 격려(激勵)한다 방한모(防寒帽) 밑 외투(外套) 안에서 위태(危殆) 천만(千萬) 나의 마흔아홉 해가 접시 따러 돈다 나는 박수(拍手)한다.
딸과 함께 본 곡마단, 솟대 위에서 도는 접시. 마흔아홉 해 인생이 함께 아슬아슬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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