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비

박용철1904–1938

비가 조록조록 세염없이 나려와서··· 쉬일 줄도 모르고 일도 없이 나려와서··· 나무를 지붕을 고만히 세워놓고 축여준다··· 올라가는 기차소리도 가즉히 들리나니··· 비에 흠출히 젖은 기차모양은 애처롭겠지··· 내 마음에서도 심상치 않은 놈이 흔들려 나온다··· 비가 조록조록 세염없이 흘러나려서··· 나는 비에 흠출 젖은 닭같이 네게로 달려가련다··· 물 건너는 한줄기 배암같이 곧장 기어가련다··· 검고 붉은 제비는 매끄름히 날아가는 것을··· 나의 마음은 반득이는 잎사귀보다 더 한들리어··· 밝은 불 켜놓은 그대의 방을 무연히 싸고돈단다··· 나는 누를 향해 쓰길래 이런 하소를 하고 있단가··· 이러한 날엔 어느 강물 큰애기 하나 빠져도 자취도 아니 남을라··· 전에나 뒤에나 빗방울이 물낱을 튀길 뿐이지··· 누가 울어보낸 물 아니고 섧기야 무어 설으리마는··· 저기 가는 나그네는 누구이길래 발자취에 물이 괸다니··· 마음 있는 듯 없는 듯 공연한 비는 조록조록 한결같이 나리네···

조록조록 끝없이 내리는 비 속에서 젖은 닭처럼 그대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 말줄임표마다 빗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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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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