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로-만스

박용철1904–1938

너희는 이를 갈쳐 어리석다 부르느뇨 내 생명의 불길이 이제 차츰 줄어들어 세상에 대한 욕망이란 연기같이 사라질 제 오히려 저를 만나 한마디 말씀 하려 함을. 저의 손 내 가슴에 두 손으로 부여안고 그리 못한다면 얼굴 가만히 보람으며 그도 못한다면 고개 깊이 숙이고 다만 할 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하찮은 다툼이 아니런가 부질없는 자랑이 아니런가 서로 마음의 고향을 등지고 돌아올 길을 막았더니. 수많은 꿈에만 거리낌없이 그대 발 아래 엎드렸으나 오 ─ 말하라 그대 또한 아니 그러하였던가. 그대 찬란한 의상에 빛나고 웃음의 걷는 걸음 앞에 가지나 네 마음속을 깨무는 어둠을 내사 안단다 보았더란다. 나의 가슴속에 맺혔던 원한의 매듭 매듭 이제 사라지고 지는 해 온 들에 분홍물 들임같이 뉘우침이 고이 나려오고 쌓였던 눈이 어찌 단번에 슬림같이 애틋한 정에 마음 녹아 흐르려나니 그대여 그대의 닫히운 정을 풀어놓아 용서의 넓은 바다 우에 떠서 이리로 오라 두 손 안고 얼굴 가만히 보람으며 다만 할 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둘이 맘 다시 사 궤 맞춤같이 어울려 녹는 사이에 나는 영원의 평화와 잠의 나라로 떠나가련다

생명의 불길이 줄어들 때 다만 한마디,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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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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