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솔개와 푸른 소

박용철1904–1938

1 새파란 하늘 아득히 높고 개아미 무리 다만 부지런하다. 나래든 솔개 훨씬 잡아두르고 닭의 무리 울밑에 몸을 숨기다. 아득함에 질리어 동그랗던 내 눈은 그만 앗지르르 내어둘리다. 「있으나마나!」 내 맘은 다만 절망에 가라……가라앉는다. 2 까만 바위낭 아래 푸른 소 모든 그림자를 늘름 삼키다. 조건 가지 끝에 감츠름한 새 그래도 제 그림자를 노래하고 있다. 이 크고 넓은 놈이 덮개 같아여 나는 벗어날 수 없이 붙들리어. 이만 악물면 겨우겨우 물러나는 듯하다, 숨만 늦추면 가슴살까지 도로 죄어들어. 눈감은 채 몸을 부르르 떨면 내어젓는 팔길까지 얽히었나니. 푸른 소 밑에 헡은 머리가 나를 절망에 잡아……잡아들인다.

높이 뜬 솔개와 깊은 푸른 소. 절망에 가라앉는 마음을 두 장면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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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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