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겨레의 새해

김영랑1903–1950

해는 저물 적마다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잊음의 큰 바다로 흘려 보내지만 우리는 새해를 오직 보람으로 다시 맞이한다 멀리 사천 이백 팔십 일년 흰뫼에 흰눈이 쌓인 그대로 겨레는 한결같이 늘고 커지도다 일어나고 없어지고 온갖 살림은 구태여 캐내어 따질 것 없이 긴긴 반만년 통틀어 오롯했다 사십 년 치욕은 한바탕 험한 꿈 사년 쓰린 생각 아즉도 눈물이 돼 이 아침 이 가슴 정말 뻐근하거니 나라가 처음 만방평화의 큰기둥 되고 백성이 인류 위해 큰일을 맡음이라 긴 반만년 합쳐서 한 해로다 새해 처음맞는 겨레의 새해 미진한 대업 이루리라 거칠것없이 닫는 새해 이 첫날 겨레는 손 맞잡고 노래한다

사십 년 치욕을 한바탕 꿈으로 보내고 처음 맞는 겨레의 새해. 손잡고 부르는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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