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바람은 베일 수 없듯이

변영로1898–1961

물이면 끊을 수 없듯이 한 나라 한 겨레인 다음 좌우(左右)를 가를 수 있으랴 남북(南北)을 헤칠 수 있으랴 백두(白頭) 한라(漢拏) 백두한라삼천리(三千里)는 옛말이온 생각만 해도 피 끓고 숨 끊기리 <쏘비엩백두(白頭)> <아메리칸 한라(漢拏)>라면 양단(兩斷)된 그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그 어인 놀라운 운명(運命)의 작희(作戱)이랴 흡반(吸盤) 돋은 팔초어(八稍魚)에 감긴 듯이 잡히면 헤어날 길 없는 그 불행(不幸) 짖궂게도 밀려들고 달려들어 우리의 손발만을 묶어 놓는가 뵈지 않는 사슬 마음마저 묶고녀 이 치욕(恥辱)의 화액(禍厄) 없애려면 일초(一秒)라 주저(躊躇)가 있으랴 불순(不純)코자 딴 상념(想念) 죽이고 빛 향(向)해 알몸으로 나스라 나스라, 떼포로펀듸스 !

바람은 벨 수 없듯 한 나라 한 겨레는 가를 수 없다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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