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쓸쓸한 송년

변영로1898–1961

놀라운 무관심(無關心)과 빠르고 느림 없는 얄미운 정확(正確)으로 금(線)을 그어(劃) 놓음도 없이 마디(節)를 지어 표(表)함도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절서(節序)를 따라 고물도 어기잖고 돌아섬도 머뭇거림도 잊은양 아득한 무궁(無窮)에서 무궁(無窮)으로 흐르고 흐르는 세월이언만…… 사람은 제 멋대로 사람은 제 분수대로 역년(曆年)을 꾸미어서 지난 해는 어떻거니 오는 해는 어떨 거라 꼽고 따지고 헤아리지만 알은 체나 하랴 들은 체나 하랴 세월은 흐름만이 제 구실이요 생사흥쇠(生死興衰)는 인사(人事)이어니 ! 하소할 길 없어 쓸쓸키만 하고녀. 묻게라 언제드뇨 묻게라 어데드뇨 묻게라 뉘게드뇨 길(古)만 있고 흉(凶) 없으며 불행(不幸)타고 불행(不幸)만이며 즐겁다고 내내(永續)인가? 내 또한 다름 아닌 사람이다 어리고 어리석은 생각딴에 쓸쓸코 우중충한 올해 가고 오는 해 밝고 맑기 울며 빌뿐……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에 사람만 해를 꼽고 따지는 섣달그믐의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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