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포도를 걸으며

변영로1898–1961

다져놓은 거리 걸으면서 넓고 푸른 그 풀밭과 종알거리는 시냇물이 그지없이 그리웁다— 가로수(街路樹) 가지가지에 기이(奇異)한 새 나르는 듯 어디선지 모르며도 사슴 노루 뛰노는 듯, 오고가는 수(數)없는 얼굴 아침 저녁 지나치건만 낯설고 붙임성 없어 그 얼굴 찾고, 찾고 얼떨결 허투 보고서 반가움에 가슴 뛰다도 낮 밤에 못 잊는 그 아니매 쓸쓸히 걷던 길 걸을 뿐, 혼잘 때 외로움은 추억으로나 벗 삼건만 뭇 사람 틈 외로움은 그지없이 서운코나 저 난 고장 살면서도 나그넨양 서투를 뿐 먹고 자긴 제 집이나 울고 우네 아닌상 하여

포장된 거리를 걸으며 풀밭과 시냇물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람 많은 곳의 외로움이 더 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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