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써 보라고 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칩니다. '저는 그런 거 못 써요.' 그런데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한 줄, 아이 도시락 뚜껑에 붙인 쪽지 한 장은 다들 써 봤을 겁니다. 그게 이미 반쯤은 시입니다.
시한잔의 '한 모금'은 그 한 줄을 위한 자리입니다. 시 한 잔이 부담스러운 날, 한 모금만 건네자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어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떠올리고 쓰기
'모두 힘내세요'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요즘 야근이 잦은 동생, 시험을 앞둔 조카, 혼자 저녁을 드시는 어머니.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면, 신기하게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닿는 문장이 됩니다. 구체적인 마음이 오히려 멀리 갑니다.
충고 말고 곁에 앉기
힘든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더 노력하면 돼'라고 하면 듣는 쪽은 더 지칩니다. 좋은 한 문장은 가르치지 않고 옆에 앉아 줍니다.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같은 말이요. 해결해 주려 하지 말고, 알아봐 주는 쪽으로 써 보세요.
짧다고 가벼운 게 아닙니다
정지용의 「호수」는 여섯 줄, 서른 자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에 그리움이 호수만큼 담겨 있어요. 얼굴은 두 손으로 가릴 수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너무 커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를 보면 길이가 무게를 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큰 마음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오히려 넘쳐흐릅니다. 한 모금이 딱 그런 그릇입니다.
쓰고 나서 한 번만 줄이기
다 썼으면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고, 빼도 되는 말을 하나만 빼 보세요. '정말', '너무', '항상' 같은 말은 대개 빠져도 뜻이 그대로입니다. 빼고 나면 남은 말이 더 또렷해집니다.
남의 말이 아니라 내 말로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의 명언이나 노래 가사, 책 속 문장을 옮겨 적지는 말아 주세요. 좋은 문장이라도 남의 것을 올리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한 모금의 뜻이 흐려집니다. 서툴러도 내가 쓴 한 줄이 이곳에서는 제일 귀합니다.
손으로 쓴 글씨나 직접 그린 그림이 있다면 사진으로 찍어 함께 올리셔도 좋습니다. 다른 분들이 남긴 한 모금을 먼저 읽어 보면 감이 더 잘 올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