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다 쓰면 바로 올리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하룻밤만 묵혔다가 다시 읽어 보면, 어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옛사람들이 글을 고치는 일을 '퇴고'라 부르며 아꼈던 까닭입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1. 시간을 두고 다시 읽기
쓴 직후에는 머릿속 생각이 글에 없는 부분까지 채워 줍니다. 몇 시간, 가능하면 하루쯤 지나 남이 쓴 글을 읽듯 읽어 보세요. 그래도 뜻이 통하는지 살핍니다. 시한잔에 올린 시도 나중에 고칠 수 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설명하는 말 덜어 내기
'너무 슬펐다', '정말 아름다웠다'처럼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말을 찾아보세요. 그 자리에 슬펐던 장면, 아름다웠던 모습을 넣으면 읽는 사람이 스스로 슬퍼하고 감탄합니다. 김영랑은 설렘을 설명하는 대신 이렇게 적었습니다.
3. 겹치는 말 하나로
같은 뜻의 낱말이 두 번 나오면 하나를 지웁니다. '조용하고 고요한'은 '고요한' 하나로 충분합니다. 일부러 되풀이하는 말(후렴)은 남겨 두되, 되풀이할 때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는지 살펴보세요.
4. 첫 줄과 끝 줄 보기
첫 줄은 읽는 사람을 붙잡는 줄이고, 끝 줄은 마음에 남는 줄입니다. 가운데 있던 좋은 줄을 맨 앞이나 맨 뒤로 옮기기만 해도 시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마지막에 교훈이나 정리를 덧붙였다면, 그 줄을 지워 보세요. 여운이 더 길어집니다.
5. 소리 내어 읽기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습니다. 혀가 꼬이는 곳, 숨이 차는 곳이 고칠 자리입니다. 줄을 바꾸는 자리도 이때 정합니다. 내 목소리로 읽어서 편안하면, 읽는 사람의 눈에도 편안합니다.
고쳐 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고칠수록 처음 쓰고 싶었던 마음에 가까워지면 잘 고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