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안개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릴 때, 첫사랑도 영 이별도 그런 날이었다. 봄날의 아득한 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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