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비단 안개

김소월1902–1934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릴 때, 첫사랑도 영 이별도 그런 날이었다. 봄날의 아득한 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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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3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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