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고향

박용철1904–1938

일가 흩어지고 집 흐너진데 저녁 까마귀 가을풀에 울고 마을 앞 시내도 옛자리 바뀌었을라 어린 때 꿈을 엄마 무덤 위에 남겨두고 떠도는 구름 따라 멈추는 듯 불려온 지 여남은 해 고향은 이제 찾어 무얼 하리 하늘가에 새 끼쁨을 그리어 보랴 남겨둔 무엇일래 못 잊히우랴 모진 바람아 마음껏 불어쳐라 흩어진 꽃잎 쉬임 어디 찾는다냐. 험한 발에 짓밟힌 고향 생각 ―아득한 꿈엔 달려가는 길이언만― 서로의 굳은 뜻을 남께 앗긴 옛사랑의 생각 같은 쓰린 심사여라.

일가는 흩어지고 집은 무너진 고향. 어머니 무덤 위에 두고 온 꿈을 이제 찾아 무엇 하랴는 쓸쓸한 귀향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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