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꿈은 깨어지고

윤동주1917–1945

잠은 눈을 떴다 그윽한 유무(幽霧)에서. 노래 하든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날 봄타령하든 금잔디밭은 아니다. 탑(塔)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塔)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탑(大理石塔)이—— 하로저녁 폭풍(暴風)에 여지(餘地)없이도, 오오 황폐(荒廢)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하룻밤 폭풍에 무너진 붉은 마음의 탑. 꿈이 깨어진 자리의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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