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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한 권의 시집이 남기까지

시한잔 · 2026년 9월 27일

윤동주(1917~1945)는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습니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며 시를 썼고, 1941년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 쓴 시 가운데 열아홉 편을 골라 손으로 옮겨 적은 시집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습니다.

펴내지 못한 시집

그는 이 시집을 세 부 만들어 한 부는 자신이, 한 부는 스승에게, 한 부는 가까운 후배 정병욱에게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일제의 검열이 삼엄하던 때라 출간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윤동주는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붙잡혔고, 광복을 반년 앞둔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룻바닥 아래에서 지켜진 원고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가기 전 이 원고를 고향 집의 어머니께 맡기며 소중히 지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머니는 원고를 집 마룻바닥 아래 감춰 두었고, 원고는 광복 때까지 무사히 남았습니다. 1948년, 이 원고와 유족이 모은 시들을 묶어 마침내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왔습니다. 시인이 떠난 지 3년 뒤의 일입니다.

부끄러움의 시

그 시집의 맨 앞에 놓인 시가 우리가 「서시」라고 부르는 시입니다. 크게 외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시입니다. 어두운 시대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했던 한 젊은이의 목소리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이 시를 외우는 까닭일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서시」 전문 읽기

「별 헤는 밤」에서 그는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어머니를 불러 봅니다.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운 이름을 하나씩 불러 보는 장면은, 시대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마음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전문 읽기

한 권의 시집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이 있었습니다. 그 시들을 천천히 읽는 것이 시인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좋은 인사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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