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1917–1945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電信柱)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啓示)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罪)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解産)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無花果)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눈 덮인 아침 전봇대가 울며 들려주는 말씀. 부끄러움을 가리고 이마에 땀을 흘리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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