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황혼이 바다가 되어

윤동주1917–1945

하로도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 잠기고…… 저— 왼 검은 고기떼가 물든 바다를 날아 횡단(橫斷)할고. 낙엽(落葉)이 된 해초(海草) 해초(海草)마다 슬프기도 하오. 서창(西窓)에 걸린 해말간 풍경화(風景畵). 옷고름 너어는 고아(孤兒)의 서름. 이제 첫 항해(航海)하는 마음을 먹고 방바닥에 나딩구오…… 딩구오……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 오늘도 수(數)많은 배가 나와 함께 이 물결에 잠겼을게오.

황혼이 바다가 되어 고아의 설움처럼 방바닥에 뒹구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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