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독백

이상화1901–1943

나는 살련다 나는 살련다 바른 맘으로 살지 못하면 미쳐서도 살고 말련다 남의 입에서 세상의 입에서 사람 영혼의 목숨까지 끊으려는 비웃음의 쌀이 내 송장의 불쌍스런 그 꼴 위로 소낙비같이 내려 쏟을지라도 짓퍼부울지라도 나는 살련다 내 뜻대로 살련다. 그래도 살 수 없다면 나는 제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벙어리의 붉은 움음 속에서라도 살고는 말련다. 원한이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장마진 냇물의 여울 속에 빠져 나는 살련다. 게서 팔과 다리를 허둥거리고 부끄럼 없이 몸살을 쳐보다 죽으면- 죽으면- 죽어서라도 살고는 말련다.

바르게 살지 못하면 미쳐서라도 살겠다는 결기. 끝끝내 살고야 말겠다는 독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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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3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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