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실제

이육사1904–1944

하늘이 높기도 하다 고무 풍선 같은 첫겨울 달을 누구의 입김으로 불어 올렸는지 그도 반넘어 서쪽에 기울어졌다 행랑 뒤골목 호젓한 상술집엔 팔려 온 냉해지(冷害地) 처녀(處女)를 둘러싸고 대학생(大學生)의 지질숙한 눈초리가 사상선도(思想善導)의 염탐꾼 밑에 떨고 있다 『라듸오』의 수양강화(修養講話)가 끝이 났는지 마-장 구락부(俱樂部) 문(門)간은 하품을 치고 『빌딍』 돌담에 꿈을 그리는 거지새끼만 이 도시(都市)의 양심(良心)을 지키나 보다 바람은 밤을 집어삼키고 아득한 까스 속을 흘러서 가니 거리의 주인공(主人公)인 해태의 눈깔은 언제나 말갛게 푸르러 오노

첫겨울 달 아래 도시의 밤 풍경. 골목과 거리의 모습에 식민지 서울의 그늘을 겹쳐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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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3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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