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붉은 시름

홍사용1900–1947

―민요(民謠) 한 묶음·3 이슬비에 피었소 마음 고와도 찔레꽃 이 몸이 시워져서 검부사리 될 지라도 꽃은 아니 되올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눈물 속에 피고 지니 피나 지나 시름이라 미친 바람 봄 투세[투시(妬視)]고 심술피지 말어도 봄꽃도 여러 가지 우는 꽃도 꽃이려니 궂은 비에 피었소 피기 전(前)에도 진달래 이 몸이 쉬어 져서 떡가랑잎 될지라도 꽃은 아니 되올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새나 꽃은 두견(杜鵑)이니 우나 피나 빗빛이라 새벽 반달 누구 설움에 저리 몹시 여웠노 봄꽃도 여러 가지 보라꽃도 꽃이려니 아지랑이 애 조려 가냘피 떠는 긴 한숨 봄볕이 다 녹여도 못다 녹일 나의 시름 불행(不幸) 다시 꽃 되거든 가시 센 꽃 되어리 피도 말고 지도 말어 피도 지도 않았다가 호랑나비 너울대거든 가시 찔러 쫓으리 봄꽃도 여러 가지 가시꽃도 꽃이려니

찔레꽃, 진달래, 가시꽃. 우는 꽃도 가시꽃도 모두 꽃이라는 시름 깊은 민요풍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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