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홀로 새우는 밤이었다. 지난 시인의 걸어온 길을 나의 꿈길에서 부딪혀본다. 적막한 곳엔 살 수 없고 겨울이면 눈이 쌓일 것이 걱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모여들고 한 간 방은 잘 자리도 없이 좁아진다. 밖에는 우수수 낙엽소리에 나의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II 풍토의 냄새를 산마루에서 지킨다. 내 가슴보다도 더욱 쓰라린 늙은 농촌의 황혼 언제부터 시작되고 언제 그치는 나의 슬픔인가. 지금 쳐다보기도 싫은 기울어져 가는 만하(晩夏) 전선 위에서 제비들은 바람처럼 나에게 작별한다. III 찾아든 고독 속에서 가까이 들리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다. 창을 부수는 듯 별들이 보였다. 7월의 저무는 전원 시인이 죽고 괴로운 세월은 어디론지 떠났다. 비 나리면 떠난 친구의 목소리가 강물보다도 내 귀에 서늘하게 들리고 여름의 호흡이 쉴 새 없이 눈앞으로 지난다. IV 절름발이 내 어머니는 삭풍에 쓰러진 고목 옆에서 나를 불렀다. 얼마 지나 부서진 추억을 안고 염소처럼 나는 울었다. 마차가 넘어간 언덕에 앉아 지평에서 걸어오는 옛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생각이 타오르는 연기는 마을을 덮었다.
홀로 새우는 밤, 먼저 간 시인의 길을 꿈길에서 만납니다. 전원에 기댄 초기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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