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오월 소식

정지용1902–1950

오동(梧桐)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記憶)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黃海)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메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快活)한 오월(五月)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順風)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를 찾어 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風浪)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듯 머얼리 우는 오ㄹ간 소리…………

멀리 섬에 선생님으로 간 누이의 편지. 오동꽃 핀 첫여름과 풍랑 걱정이 함께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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