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달

정지용1902–1950

선뜻! 뜨인 눈에 하나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 오다. 미욱한 잠과 벼개를 벗어나 부르는이 없이 불려 나가다.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湖水)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옆에 힌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곻아라. 연연턴 녹음(綠陰), 수묵색(水墨色)으로 짙은데 한창때 곤한 잠인양 숨소리 설키도다. 비듥이는 무엇이 궁거워 구구 우느뇨, 오동(梧桐)나무 꽃이야 못견디게 향(香)그럽다.

밀물처럼 밀려온 달빛에 잠을 깨 마당에 나섭니다. 호수같이 차오르는 한밤의 고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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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3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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