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불사조

정지용1902–1950

비애(悲哀)! 너는 모양할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안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진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 ─「행복(幸福)」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心臟)을 차지하였더뇨? 비애(悲哀)! 오오 나의 신부(新婦)! 너를 위하야 나의 창(窓)과 우슴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靑春)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사로 불탄 자리 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悲哀)! 너의 불사조(不死鳥) 나의 눈물이여!

비애여, 나의 신부여, 나의 불사조여. 슬픔을 끌어안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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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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