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희망과 절망은

박용철1904–1938

어느 해와 달에 끄을림이뇨 내 가슴에 밀려드는 밀물 밀물 둥실한 수면(水面)은 기름같이 솟아올라 두어 마리 갈매기 어긋져 서로 날고 돛폭은 바람 가득 머금어 만릿길 떠날 채비한다 그러나 이 순간을 스치는 한쪽 구름 가슴 폭 내려앉고 깃발은 꺾어지며 험한 바위 도로 다 제 얼굴 나타내고 검정 뻘은 죽음의 손짓조차 없다 남은 웅덩이에 파닥거리는 고기들 기다림도 없이 몸을 내던진 해초들 우연은 머리칼처럼 헝클어지도 않았거니 너는 무슨 낚시를 오히려 드리우노 희망과 절망의 두 둥처기 사이를 시계추같이 건네질하는 마음씨야 시(詩)의 날랜 날개로도 따를 수 없는 걸음 빠른 술래잡기야 이 어리석음이야 들어오며 다시 나가며 부질없는 이 호흡 너는 그래 6월 소보다 더 헐떡거릴 뿐이냐

밀물처럼 차오르다 썰물처럼 빠지는 마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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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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