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빛나는 자취

박용철1904–1938

다숩고 밝은 햇발 이같이 나려흐르느니 숨어 있던 어린 풀싹 소근거려 나오고 새로 피어 수줍은 가지 우 분홍 꽃잎들도 어느 하나 그의 입맞춤을 막아보려 안 합니다 푸른 밤 달 비췬 데서는 이슬이 구슬 되고 길바닥에 고인 물도 호수같이 별을 잠급니다 조그만 반딧불은 여름밤 벌레라도 꼬리로 빛을 뿌리고 날아다니는 혜성입니다 오 ─ 그대시어 허리 가느단 계집애 앞에 무릎 꿇고 비는 사랑을 버리옵고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사나이가 되옵소서 고개 빠트리고 마음 떨리는 사랑을 버리옵고 은비둘기같이 가슴 내밀고 날아가시어 다만 나의 흐린 눈으로 그대의 빛나는 자취를 따르게 하옵소서

햇발과 달빛과 반딧불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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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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