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 누군가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해 주면 고맙지만, 가끔은 그 말이 멀게 들립니다. 옛 시인들은 섣불리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지친 날에 읽기 좋은 시를 모았습니다.
오늘도 걸어가는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어제도 걸었고 오늘도 걸을 똑같은 길을 시인은 '새로운 길'이라 부릅니다.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나는, 매일 조금씩 다른 길. 반복되는 하루가 버거울 때 읽으면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기다리는 마음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흙발로 밟혀도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는 나룻배. 돌아보지도 않고 가는 당신을 날마다 기다리며 낡아 갑니다. 누군가를 위해 애써 온 날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이 시는 말없이 알아줍니다.
그래도 기다리는 손님 — 이육사, 「청포도」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절, 감옥을 여러 번 드나든 시인이 쓴 시입니다. 그런데도 시는 밝습니다. 고달픈 몸으로 찾아올 손님을 위해 은쟁반에 흰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라고 합니다. 희망은 형편이 좋아서 품는 것이 아니라, 품기로 마음먹는 것이라는 걸 보여 줍니다.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마음먹기 — 김소월, 「낙천」
'살기에 이러한 세상이라고 / 맘을 그렇게나 먹어야지.' 네 줄짜리 짧은 시입니다. 애써 밝아지려 하지 않고, 꽃 지고 잎 진 가지에 바람이 운다고 솔직하게 끝납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합니다.
시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닮은 문장을 만나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시다면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도 꼭 이야기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