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원시적 읍울

이상화1901–1943

─ 어촌 애경(哀景) 방랑성을 품은 에메랄드 널판의 바다가 말없이 대였음이 뫼 머리에서 늦여름의 한낮 숲을 보는 듯 ─ 조으는 얼굴일러라. 짜증나게도 늘어진 봄날 ─ 오후의 하늘이야 희기도 하여라. 게선 이따금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어린애 숨결이 날려 오도다. 사선(斜線) 언덕 위로 쭈그리고 앉은 두어 집 울타리마다 걸어 둔 그물에 틈틈이 끼인 조개 껍질은 머어ㄹ리서 웃는 이빨일러라. 마을 앞으로 엎디어 있는 모래 길에는 아무도 없고나. 지난밤 밤 낚기에 나른하여 ─ 낮잠의 단술을 마심인가 보다. 다만 두서넛 젊은 아낙네들이 붉은 치마 입은 허리에 광주리를 달고 바다의 꿈 같은 미역을 거두며 여울목에서 여울목으로 건너만 간다. 잠결에 듣는 뻐꾸기의 부드럽고도 구슬픈 울음 소리에 늙은 삽사리 목을 뻗고 살피다간 다시 눈감고 조을더라. 나의 가슴엔 갈매기 떼와 함께 수평선 밖으로 넘어가는 마음과 넋 잃은 시선 ─ 어느 것 보이지도 보려도 않는 물 같은 생각의 구름만 쌓일 뿐이어라.

늦봄 오후 어촌의 한가로운 풍경. 미역 따는 아낙과 조는 삽사리 사이로 마음은 수평선 너머로 갑니다.

이 시가 좋았다면

생각 나누기

이 시를 읽고 든 생각, 떠오른 기억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서로의 감상을 존중해 주세요.

아직 남겨진 생각이 없어요. 첫 마음을 남겨 주세요.

출처

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공유마당에서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