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비 갠 아침

이상화1901–1943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하다 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 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 눈부시는 이 땅 아름다운 이 땅 내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 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 해는 모든 것에서 젖을 주었나 보다. 동무여, 보아라, 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 햇살의 가닥—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 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 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 아, 오늘의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

밤새 비가 그친 아침, 햇살을 받아먹는 온 땅이 사랑 뭉텅이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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