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곡자사

이상화1901–1943

웅희야! 너는 갔구나 엄마가 뉜지 아비가 뉜지 너는 모르고 어디로 갔구나! 불쌍한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가난한 아비를 두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달보다 잘났던 우리 웅희야 부처님보다도 착하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그러께 팔월에 네가 간 뒤 그 해 시월에 내가 갇히어 네 어미 간장을 태웠더니라. 지나간 오월에 너를 얻고서 네 어미가 정신도 못 차린 첫 칠날 네 아비는 또 다시 갇히었더니라. 그런 뒤 오은 한해도 못 되어 갖은 꿈 온갖 힘 다 쓰려던 이 아비를 버리고 너는 갔구나. 불쌍한 속에서 네가 태어나 불쌍한 한숨에 휩쌔고 말 것 어미 아비 두 가슴에 못이 박힌다. 말 못하던 너일망정 잘 웃기따에 장차는 어려움 없이 잘 지내다가 사내답게 한평생을 마칠 줄 알았지. 귀여운 네 발에 흙도 못 묻혀 몹쓸 이런 변이 우리에게 온 것 아, 마른 하늘 벼락에다 어이 견주랴. 너 위해 얽던 꿈 어디 쓰고 네게만 쏟던 사랑 뉘게다 줄고 웅희야 제발 다시 숨쉬어다오 하루해를 네 곁에서 못 지내 본 것 한가지도 속시원히 못 해준 것 감옥방 판자벽이 얼마나 울었던지. 웅희야! 너는 갔구나 웃지도 울지도 꼼짝도 않고, 불쌍한 선물로 설움을 끼고 가난한 선물로 몹쓸 병 안고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하늘보다 더 미덥던 우리 웅희야 이 세상엔 하나밖에 없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

옥중에 있는 사이 세상을 떠난 어린 아들 웅희에게 부르는 곡. 아비의 슬픔이 가슴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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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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