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명상

한용운1879–1944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 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하여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의 청춘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맞추어 우쭐거립니다

명상의 작은 배를 타고 이른 나라에서 같이 살자는 말을 뿌리치고, 님의 가슴에 천국을 꾸미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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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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