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코스모스꽃

오일도1901–1946

가을 볕 엷게 나리는 울타리 가에 쓸쓸히 웃는 코스모스꽃이여! 너는 전원(田園)이 기른 청초(淸楚)한 여시인(女詩人). 남달리 심벽(深僻)한 곳, 늦 피는 성격(性格)을 가졌으매 세상의 영예(榮譽)는 저 구름 밖에 멀었나니. 높은 상념(想念)의 나라는 쉽사리 닿을 길 없고 차디찬 가슴에 남모를 애수(哀愁)가 짙었도다. 멀지 않아 서릿바람 높고 하늘이 차면 호젓한 네 혼(魂)을 어느 강산(江山)에 붙이리! 제비의 엷은 나래도 이미 향수(鄕愁)에 지쳐 나란히 전선(電線) 위에 모여 앉아 강남행(江南行)을 꾀하나니. 마음에 영락(零落)의 만가(輓歌)가 떠돌고 한야(寒夜)의 기러기 엷은 꿈을 깨워 주기 전. 해말쑥한 너 입술 위에 나는 키스를 남기고 가노라.

울타리 가에 늦게 피어 쓸쓸히 웃는 코스모스를 '들이 기른 여시인'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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