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옥천(玉川) 긴언덕에 쓰러진 죽엄 때죽엄 생혈(生血)은 쏫고 흘러 십리강(十里江)물이 붉었나이다 싸늘한 가을바람 사흘불어 피강(江)물은 얼었나이다 이 무슨 악착한 죽엄이오니까 이 무슨 전세(前世)에 업든 참변(慘變)이오니까 조국(祖國)을 지켜주리라 믿은 우리 군병(軍兵)의 창(槍)끝에 태극기(太極旗)는 갈갈히 찟기고 불타고 있읍니다 별같은 청춘(靑春)의 그 총총한 눈물은 악(惡)의 독주(毒酒)에 가득 취(醉)한 군병(軍兵)의 칼끝에 모조리 도려빼이고 불타죽었나이다 이 무슨 재(災)변이오니까 우리의 피는 그리도 불순(不純)한 배있었나이까 무슨 정치(政治)의 이름아래 무슨 뼈에 사모친 원수였기에 홋한 겨레의 아들딸이였을 뿐인듸 이렇게 유황(硫黃)불에 타죽고 마럿나이까 근원이 무에던지 캘바이 아닙니다 죽어도 죽어도 이렇게 죽는 수도 있나이까 산채로 살을 깍기여 죽었나이다 산채로 눈을 뽑혀 죽었나이다 칼로가 아니라 탄환으로 쏘아서 사(四)지를 갈갈히 끈어 불태웠나이다 홋한 겨레이 피에도 이렇안 불순(不純)한 피가 석겨 있음을 이제 참으로 알었나이다 아! 내 불순(不純)한 핏줄 주저(呪詛)바들 핏줄 산고랑이나 개천가에 버려둔채 깜앗케 연독(鉛毒)한 죽엄의 하나하나 탄환이 쉰방 일흔방 여든방 구멍이 뚫고 나갔읍니다 아우가 형을 죽였는대 이럿소이다 조카가 아재를 죽였는대 이럿소이다 무슨 뼈에 사모친 원수였기에 무슨 정치(政治)의 탈을 썻기에 이래도 이민족(民族)에 희망(希望)을 붓처 볼수있사오리까 생각은 끈기고 눈물만 흐름니다
같은 겨레끼리 죽이고 죽은 참변 앞에서 터져 나온 절망. 여순 사건 직후에 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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