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바닷가의 밤

김소월1902–1934

한줌만 가느다란 좋은 허리는 품 안에 차츰차츰 졸아들 때는 지새는 겨울 새벽 춥게 든 잠이 어렴풋 깨일 때다 둘도 다 같이 사랑의 말로 못할 깊은 불안에 또 한끝 호주군한 옅은 몽상에. 바람은 쌔우친다 때에 바닷가 무서운 물소리는 잦 일어온다. 켱킨 여덟 팔다리 걷어채우며 산뜩히 서려 오는 머리칼이여. 사랑은 달큼하지 쓰고도 맵지. 햇가는 쓸쓸하고 밤은 어둡지. 한밤의 만난 우리 다 마찬가지 너는 꿈의 어머니 나는 아버지. 일시 일시 만났다 나뉘어 가는 곳 없는 몸 되기도 서로 같거든. 아아아 허수롭다 바로 사랑도 더욱여 허수롭다 살음은 말로. 아 이봐 그만 일자 창이 희었다. 슬픈 날은 도적같이 달려들었다.

겨울 새벽 바닷가, 함께 잠든 두 사람의 불안. 사랑은 달콤하고도 쓰고 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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