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술

김소월1902–1934

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 술과물은 사촌(四寸)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精神)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정신(精神)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가비외다, 바람가비는 바람과도까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가비외다. 술, 마시면 취(醉)케하는 다정(多情)한술, 좋은일에도 풀무가되고 언짠은일에도 매듭진맘을 풀어주는 시연스러운 술, 나의혈관(血管)속에 있을때에 술은 나외다. 되어가는일에 부채질하고 안되어가는일에도 부채질합니다. 그대여, 그러면 우리 한잔듭세, 우리 이일에 일이되어가도록만 마시니 괜찮을껄세. 술은 물이외다, 돈이 물이외다. 술은 돈이외다, 술도물도 돈이외다. 물도 쓰면 줄고 없어집니다. 술을 마시면 돈을마시는게요, 물을마시는거외다.

술은 물이요 부채요 풀무요 돈이다. 말놀이로 풀어낸 술 예찬이자 경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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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39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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