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를 올라온다
나귀 얼렁소리 닿는 말굽소리 청운의 큰 뜻은 모여들다 모여들다. 남산 북악 갈래갈래 뻗은 골짜기 엷은 안개 그 밑에 묵은 이끼와 푸른 송백 낭랑히 울려나는 청의동자(靑衣童子)의 글 외는 소리 나라가 덩그러니 이룩해지다. 인경종이 울어 팔문(八門)이 굳이 닫히어도 난신외구(亂臣外寇)더러 성(城)을 넘고 불을 놓다. 퇴락한 금석전각(金石殿閣) 이젠 차라리 겨레의 향그런 재화(才華)로다. 찬란한 파고다여, 우리 그대 앞에 진정 고개 숙인다. 철마가 터지던 날 노들 무쇠다리 신기한 먼 나라를 사뿐 옮겨다 놓았다. 서울! 이 나라의 화사한 아침 저자러라 겨레의 새 봄바람에 어리둥절 실행(失行)한 숫처년들 없었을 거냐. 남산에 올라 북한관악(北漢冠岳)을 두루 바라다보아도 정녕코 산(山) 정기로 태어난 우리들이라. 우뚝 솟은 묏부리마다 고물고물 골짜기마다 내 모습 내 마음 두견이 울고 두견이 피고 높은 재 얕은 골 흔들리는 실마리 길 그윽하고 너그럽고 잔잔하고 산뜻하지 백마 호통소리 나는 날이면 황금 꾀꼬리 희비교향을 아뢰리라.
나귀 방울 소리부터 철마 소리까지, 천리를 올라와 닿는 서울의 역사와 산천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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