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1917–1945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停車場)에서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기차(汽車)를 기다려, 나는 푸라트·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었다. 기차(汽車)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下宿房)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汽車)는 몇번이나 무의미(無意味)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停車場)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도쿄 유학 시절, 서울 작은 정거장에 두고 온 스무 살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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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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