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소년

윤동주1917–1945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저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우에 하늘이 펼처 있다. 가만이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쓰서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이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골은 어린다. (1939)

가을 하늘을 보다 손바닥까지 파랗게 물드는, 산문처럼 흐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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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고, 1939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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