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참회록

윤동주1917–1945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주리자 —— 만(滿) 이십사 년(二十四年) 일 개월(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웨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녹슨 거울을 닦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스물넷 청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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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낱장 원고, 194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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