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1953년의 여자에게

박인환1926–1956

유행은 섭섭하게도 여자들에게서 떠났다. 왜? 그것은 스스로의 기원을 찾기 위하여 어떠한 날 구름과 환상의 접경을 더듬으며 여자들은 불길한 옷자락을 벗어버린다. 회상의 푸른 물결처럼 고독은 세월에 살고 혼자서 흐느끼는 해변의 여신과도 같이 여자들은 완전한 시간을 본다. 황막한 연대여 거품과 같은 허영이여 그것은 깨어진 거울의 여윈 인상. 필요한 것과 소모의 비례(比例)를 위하여 전쟁은 여자들의 눈을 감시한다. 코르셋으로 침해된 건강은 또한 유행은 정신의 방향을 봉쇄한다. 여기서 최후의 길손을 바라볼 때 허약한 바늘처럼 바람에 쓰러지는 무수한 육체 그것은 카인의 정부(情婦)보다 사나운 독을 풍긴다. 출발도 없이 종말도 없이 생명은 부질하게도 여자들에게서 어둠처럼 떠나는 것이다. 왜? 그것을 대답하기에는 너무도 준열한 사회가 있었다.

유행이 떠난 1953년의 여자들에게 "왜?"라고 묻습니다. 전후의 풍속을 짧게 스케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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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5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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