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15일간

박인환1926–1956

깨끗한 시트 위에서 나는 몸부림을 쳐도 소용이 없다. 공간에서 들려오는 공포의 소리 좁은 방에서 나비들이 날은다. 그것을 들어야 하고 그것을 보아야 하는 의식(儀式). 오늘은 어제와 분별이 없건만 내가 애태우는 사람은 날로 멀건만 죽음을 기다리는 수인과 같이 권태로운 하품을 하여야 한다. 창밖에 나리는 미립자 거짓말이 많은 사전 할 수 없이 나는 그것을 본다. 변화가 없는 바다와 하늘 아래서 욕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알래스카에서 달려온 갈매기처럼 나의 환상의 세계를 휘돌아야 한다. 위스키 한 병 담배 열 갑 아니 내 정신이 소모되어 간다. 시간은 15일 간을 태평양에서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고립과 콤플렉스의 향기는 내 얼굴과 금 간 육체에 젖어버렸다. 바다는 노하고 나는 잠들려고 한다. 누만년의 자연 속에서 나는 자아를 꿈꾼다. 그것은 기묘한 욕망과 회상의 파편을 다듬는 음참(陰慘)한 망집(妄執)이기도 하다. 밤이 지나고 고뇌의 날이 온다. 척도(尺度)를 위하여 커피를 마신다. 사변(四邊)은 철(鐵)과 거대한 비애에 잠긴 하늘과 바다. 그래서 나는 어제 외롭지 않았다. ─ 태평양에서

깨끗한 시트 위의 보름. 병상에서 들려오는 공포의 소리를 견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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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5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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