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는 아이만 읽는 시가 아닙니다. 짧고 소리가 재미있어서, 어른이 먼저 읽어 주고 아이가 따라 읽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옛 시 서가에서 손주,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동시를 골랐습니다.
권태응, 「감자꽃」
자주 꽃이 피면 자주 감자, 하얀 꽃이 피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알 수 있지요. 노래처럼 입에 붙어 아이들이 금방 외웁니다. 겉모습이 속을 말해 준다는 이 시를, 이름을 억지로 바꾸게 하던 일제 강점기에 대한 저항으로 읽기도 합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윤동주, 「병아리」
'뾰, 뾰, 뾰' 하고 조르는 병아리와 '꺽, 꺽, 꺽' 하고 달래는 엄마닭. 어른이 엄마닭, 아이가 병아리를 맡아 주고받으며 읽어 보세요. 마지막 연에서 병아리들이 엄마 품으로 들어갈 때 아이를 꼭 안아 주면 더 좋습니다.
윤동주, 「햇비」
해가 난 채로 내리는 비, 여우비를 윤동주는 '햇비'라고 불렀습니다. '보슬보슬', '알롱알롱' 같은 흉내 내는 말이 많아 소리 내어 읽는 맛이 있습니다. 비 온 뒤 무지개를 보면 함께 읽어 보세요.
정지용, 「홍시」
오빠 오면 맛보이려고 남겨 둔 홍시에 까마귀가 앉았습니다. '후락 딱 딱 / 훠이 훠이!' 까마귀를 쫓는 소리에서 아이들이 가장 크게 웃습니다.
읽어 줄 때의 작은 요령
뜻을 설명하기보다 소리를 먼저 즐기게 해 주세요. 옛 말투가 나오면 '옛날에는 이렇게 말했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두세 번 읽고 나면 아이가 먼저 다음 줄을 말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때 시는 아이의 것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