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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泰應 · 1918–1951
권태응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동시인. 「감자꽃」처럼 소박하고 맑은 동시를 남겼습니다.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가을 새벽
고요한 새벽하늘
강물과 떼배
푸른 강물 이 강물
같어요
학교에선
겨울나무들
바람에게 옷들을 모두 뺏기고
고무총 사냥
고무총 한 자루 쥐어 들고
고추
고추는 빨개야만
고추잠자리
혼자서 떠 헤매는
공일날
나는 공일날을 기다립니다.
구름과 목화
파란 파란 하늘엔
구름을 보고
몽실몽실 피어나는
기다리던 비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러기
북쪽에서 기러기 떼 날아옵니다.
김장밭
김장밭으로 우리 식구들
까치집
미루나무 파랑 잎 우거진 속에
깡충깡충 병아리
깡충깡충 병아리 한 발은 들고
꽃모중
비가 촉촉 오네요.
꽃시계
시계 시계
꿈나라
어라 꿈나라 이상하구나.
나뭇군들
눈에 막혀 여러 날 갇혔다가
녹두
까맣게 익어진 녹두 타래
논밭으로
우리 식구 모두 다
누에
누에는 누에는
늦가을 편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달맞이
망월 날 밤,
달팽이
달 달 달팽이
닭 모이
닭 모이 주는데
더위 먹겠네
타는 듯 나려쬐는 저 들판에
도토리들
오롱종 매달린 도토리들,
동네가 있는 곳엔
동네가 있는 곳엔
동무 동무
동무 동무 들 동무
들밥
여름날의 들밥은
들 선물
엄마 따라 들밭에
등심 머릿심
아저씨는 증말
땅감나무
키가 너무 높으면,
떠나보고야
멀리 떠나 보고야 알았습니다
또랑물
고추밭에 갈 적에
막대기 들고는
막대기 들고는
망근짓자 조리짓자
손 노치면 자빠진다
맨발 동무
우리 동무 모두 모두 맨발 동무.
목화 따기
밭에서 쫓겨난 목화 대궁
문들레
구석진 언덕에 한 폭 문들레
물어봤어요
나는 자꾸만 물어봤어요
바쁜 엄마
날마다 물 여다간 밥을 짓고
박 농사 호박농사
지붕엔 성기성기
배 갈라진 참나무
참나무마다 갈라진 배
벼 테미
마당에 높이 쌓인
별님 동무 고기 동무
푸른 푸른 하늘엔
병아리
까치 소리 깍 깍
병정 아저씨
병정으로 뽑혀 갔던 아저씨가
보리밭 매는 사람
쭉 쭉 푸르른 보리 밭골
봄날
햇볕이 따끈
북쪽 동무들
북쪽 동무들아
빨강 봉선화
제일 곱고 빨간 꽃잎
뻐꾹새
뻐꾹 뻐꾹 뻐꾹새야 구성지구나
산골 물
저기 저 산에
산불
어제도 오늘도
산샘물
바위 틈새 속에서
새매와 참새
참새 떼가 요란스리 재잴거리어
새벽밥
멋하러 첫새벽 밥을 짓나
서울 구경
아기가 아저씨 얘길 듣고서,
송아지
껑충껑충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낮잠
젖 한 통 먹고는 콜콜.
시계
시계는 밥 먹으면
아가야 울지 마라
아가야 울지 마라 시장 참어라.
아기 산술
돼지울에 달린 박은 두 개
아버지 산소
아버지 산소는 쓸쓸한 곳,
앵두
빨강빨강 앵두가
어느 날 눈을 감아 보고는
눈을 한참 감아 보고는
어른들은 멋들 해
도무지도 갑갑
어린 고기들
꽁꽁 얼음 밑
어린 보리싹
곡식을 다 걷어간 텅 빈 들판에
어머니 약
오월이면 단옷날엔
어젯밤 손님
사랑방 문 앞에
없는 살림일수록
뭣이든지 일을 하곤 밥 먹기.
오곤자근
꿀벌들은 통 속에서 오곤자근.
오리
둥둥 엄마 오리,
오빠 생각
남구 잎이 모다들 떨어져서
옥수수
내가 심군 옥수수
왕게와 비지
해마다 더해 가는 남구 걱정
왕골자리
삼씨는 밭에 갈고,
우리가 어른 되면
우리가 어서 자라
우리 동무
다 같이, 다 같이, 다 같이,
우리 동무
누덕옷을 입고
율무
율무를 떱니다.
은행나무
우리 동네 은행나문 굳고 큰데도
장마비 개인 날
활짝 장마비
장에 가신 할머니
할머니가 장엘 가셨어요.
재밌는 집 이름
읍네서 시집오면 읍네댁
정자나무
동네 복판에
제주돗말
짐을 가뜩 싣고서 제주돗말
집터
달밤에 집터를 다진다.
책 자랑
할아버지 책 자랑은 어려운 한문 책.
청개구리
청개구리 우는 날은
춥긴 머 추워
얇은 옷은 입었지만 춥긴 머 추워
코록코록 밤새도록
참새는 참새 애기
토끼 발자국
토끼들아 눈 온 날은
틀리는 걱정
우리 집 할아버진
풍물
애기패 풍물 캥매캥
하늘
왼종일 아파 누워
한동네 사람
뉘 집 논이 얼만지 모두 알고,
할아버지 동무는
할아버지 동무는
햇보리밥
강남콩 따다가 보리밥에 놓고
호도 첫 열매
달렸다 달렸다
호박씨
호박국 끓이는 날
휘파람
늘 듣는 저 곡조
흙무덤이
흙무덤이 파헤친다
옛 시 서가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