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상쾌한 아침

김소월1902–1934

무연한 벌 위에 들어다 놓은 듯한 이 집 또는 밤새에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지 못할 이 비. 친개지(親開地)에도 봄은 와서 가냘픈 빗줄은 뚝가의 어슴푸레한 개버들 어린 엄도 축이고, 난벌에 파릇한 뉘 집 파밭에도 뿌린다. 뒷 가시나무밭에 깃들인 까치떼 좋아 지껄이고 개굴가에서 오리와 닭이 마주 앉아 깃을 다듬는다. 무연한 이 벌 심어서 자라는 꽃도 없고 메꽃도 없고 이 비에 장차 이름 모를 들꽃이나 필는지? 장쾌한 바닷물결, 또는 구릉의 미묘한 기복도 없이 다만 되는 대로 되고 있는 대로 있는 무연한 벌! 그러나 나는 내버리지 않는다. 이 땅이 지금 쓸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금, 시원한 빗발이 얼굴에 칠 때, 예서뿐 있을 앞날의 많은 변전의 후에 이 땅이 우리의 손에서 아름다워질 것을! 아름다워질 것을!

비 내리는 황량한 벌판의 아침. 이 땅이 우리 손에서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믿음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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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34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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