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초한대

윤동주1917–1945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면인 심지(心志) 백옥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라 버린다. 그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제 몸을 불살라 방을 밝히는 초 한 대. 제물의 향내를 맡는 경건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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