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방문거절

이상화1901–1943

아, 내 맘의 잠근 문을 두드리는 이여, 네가 누구냐? 이 어둔 밤에. ‘영예!’ 방두깨 살자는 영예여! 너거든 오지 말아라. 나는 네게서 오직 가엾은 선웃음을 볼 뿐이로라. 아, 벙이리 입으로 문만 두드리는 이여. 너는 누구냐? 이 어둔 밤에. ‘생명!’ 도깨비 노래하자는 목숨아, 너는 돌아가거라. 네가 주는 것 다만 내 가슴을 썩인 곰팡이뿐일러라. 아, 아직도 문을 두드리는 이여 ─ 이 어둔 밤에. ‘애련!’ 불놀이하자는 사람아, 너거든 와서 낚아 가거라. 내겐 너 줄, 오직 네 병든 몸 속에 누울 넋뿐이로라.

어둔 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영예, 생명, 애련. 셋 다 돌려보내는 방문 거절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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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4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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