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허무교도의 찬송가

이상화1901–1943

오를지어다, 있다는 너희들의 천국으로. 내려 보내라, 있다는 너희들의 지옥으로. 나는 하나님과 운명에게 사로잡힌 세상을 떠난, 너희들의 보지 못할 머어ㄴ 길 가는 나그네일다! 죽음을 가진 뭇 떼여! 나를 따르라! 너희들의 청춘도 세 송장의 눈알처럼 쉬 꺼지리라. 아! 모든 신명이여, 사기사(詐欺師)들이여, 자취를 감추라, 허무를 깨달은 그때의 칼날이 네게로 가리라. 나는 만상을 가린 가부(假符) 너머를 보았다, 다시 나는, 이 세상의 비부(秘符)를 혼자 보았다, 그는 이 땅을 만들고 인생을 처음으로 만든 미지의 요정이 저에게 반역할까 하는 어리석은 뜻으로 ‘모든 것이 헛것이다’ 적어 둔 비부를. 아! 세상에 있는 무리여, 나를 믿어라. 나를 따르지 않거든, 속 썩은 너희들의 사랑을 가져가거라. 나는 이 세상에서 빌어 입은 `숨키는 옷'을 벗고 내 집 가는 어렴풋한 직선의 위를 이제야 가려 함이다. 사람아! 목숨과 행복이 모르는 세 나라에만 있도다. 세상은 죄악을 뉘우치는 마당이니 게서 얻은 모오든 것은 목숨과 함께 던져 버리라. 그때야, 우리를 기다리던 우리 목숨이 참으로 오리라.

천국도 지옥도 거부하고 제 길을 가겠다는 나그네의 노래. 젊은 이상화의 반항심이 날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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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4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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