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달밤

이상화1901–1943

먼지투성이인 지붕 위로 달이 머리를 쳐들고 서네. 떡잎이 터진 거리의 포플라가 실바람에 불려 사람에게 놀란 도적이 손에 쥔 돈을 놓아버리듯 하늘을 우러러 은 쪽을 던지며 떨고 있다. 풋솜에나 비길 얇은 구름이 달에게로 날아만 들어 바다 위에 섰는 듯 보는 눈이 어지럽다. 사람은 온몸에 달빛을 입은 줄도 모르는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예사롭게 지껄이다. 아니다, 웃을 때는 그들의 입에 달빛이 있다. 달 이야긴가 보다. 아, 하다못해 오늘 밤만 등불을 꺼 버리자. 촌각시같이 방구석에서, 추녀 밑에서 달을 보고 얼굴을 붉힌 등불을 보려무나. 거리 뒷간 유리창에도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먼지 낀 도시 지붕 위로 뜬 달. 오늘 밤만은 등불을 끄고 달빛을 보자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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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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