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춘수삼제

이육사1904–1944

1 이른 아침 골목길을 미나리 장수가 길게 외고 갑니다. 할머니의 흐린 동자(瞳子)는 창공(蒼空)에 무엇을 달리시는지, 아마도 ×에 간 맏아들의 입맛(味覺)을 그려나보나 봐요. 2 시냇가 버드나무 이따금 흐느적거립니다, 표모(漂母)의 방망이 소린 왜 저리 모날까요, 쨍쨍한 이 볕살에 누더기만 빨기는 짜증이 난 게죠. 3 빌딩의 피뢰침(避雷針)에 아즈랑이 걸려서 헐떡거립니다, 돌아온 제비떼 포사선(抛射線)을 그리며 날려재재거리는 건, 깃들인 옛집터를 찾아 못 찾는 괴롬 같구려

미나리 장수, 빨래 방망이, 돌아온 제비떼. 봄 풍경 셋 속에 저마다의 시름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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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3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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